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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소년에서 포스코사이언스펠로까지, 이대한 교수의 멈추지 않는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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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사이언스펠로 이대한 교수님은 2012년 포스코사이언스펠로로 선정되어 박사과정 연구 지원을 받았으며, 이후 2025년에는 포스코사이언스펠로 신진 교수로 다시 한 번 더 연구 지원을 받았습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이보믹스 연구실(Evomics Lab)을 이끌고 있는 교수님은, 진화와 발생을 연결하는 진화발생생물학(Evo-Devo)을 토대로 동물의 기원과 다세포성의 진화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청암재단 펠로십을 통해 받은 신뢰와 응원을 연구의 원동력으로 삼아, 연구실 안팎에서 기초과학의 가치와 즐거움을 나누며 사회와의 소통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는 이대한 교수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Q.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3년부터 성균관대 생명과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보믹스 연구실(Evomics lab)을 운영하고 있는 진화생물학자 이대한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예쁜꼬마선충, 초파리, 해파리, 팬더, 깃편모충 등 다양한 생물들을 모델로 첨단 오믹스 기법을 활용하여 생물의 진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생명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은 40억 년 진화의 역사를 통해 출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간도 그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생겼으며 이만큼 똑똑해졌는지, 왜 늙고 병에 걸리는지와 같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면 이 진화의 역사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예컨대 우리의 뇌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동물 진화의 역사에서 신경계가 출현하고, 그 신경계가 집중화, 고도화, 양적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었습니다. 인간의 노화나 수명 또한 진화적 산물입니다. 각 생물 종이 처한 조건에 따라 빨리 늙을 수도 있고 거의 늙지 않고 영생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Q. 교수님의 연구분야와 해당 연구가 지니는 핵심적인 의미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진화생물학 분야 중에서도 특히 이보디보라고 부르는 진화발생생물학(Evo-Devo, 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을 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진화와 발생은 결이 다른 분과 학문으로 비칠 수 있지만, 둘 다 ‘시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공통점을 지닙니다. 발생학은 수정란으로부터 성체로 자라나는 과정, 즉 ‘개체’의 시간을 다룬다면 진화생물학은 종과 계통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과정, 즉 ‘집단’의 시간을 다룹니다. 그리고 이 둘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발생 또한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한 개체가 수정란으로부터 어떤 다세포 생물로 발생해나갈지는 그 생물 계통이 겪은 진화적 역사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간이 인간이고 초파리가 초파리인 이유는 서로 다른 계통 진화의 역사를 겪으면서 공동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발생 프로그램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발생 프로그램의 진화가 유전자 수준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첨단 생명과학 기술을 적용하여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물이 발생의 다양화를 통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넘어 ‘동물’과 ‘발생’ 자체가 어떻게 처음 생겨났는지에 대한 ‘기원’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에 선정된 연구주제 ‘동물의 기원과 다세포성의 진화’가 바로 그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동물은 대략 6~8억 년 사이에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세포 원생생물 조상으로부터 어떻게 최초의 동물이 진화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동물의 진화는 곧 발생의 진화이기도 합니다. 저는 동물의 탄생이라는 엄청난 진화적 혁신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동물과 가장 가까운 친척 생물이면서 동물과 원생생물의 중간적인 특징을 지닌 깃편모충(choanoflagellate)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Q. 교수로 임용되기까지의 연구 여정과 그 과정에서의 경험을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15년 전인 2011년에 3기 박사과정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에 지원했을 때의 지원서를 찾아보았습니다. 연구계획서에 ‘연구 희망 분야’를 이렇게 써 놓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계획서를 썼던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뉴로이보디보 혹은 이보뉴로디보라고 불리는 신경발생진화생물학 분야는 여전히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지만, 최근 들어 매우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당시 제가 학위과정을 하던 서울대 이준호 교수님 연구실이나 첫 번째 박사후연구를 했던 미국 Northwestern 대학 Erik C. Andersen 교수님의 연구실도 해당 분야를 연구하던 연구실은 아니었는데요. 그래도 두 연구실 경험을 거치면서 구체적으로 이보뉴로디보 연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되었고, 때마침 단일세포시퀀싱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두 번째 박사후연구부터 스위스 로잔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이보뉴로디보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0년 스위스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시작할 때 거의 10년 만에 포스코 청암재단에 제안했던 연구를 제대로, 본격적으로 해본다는 생각에 설렜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지원할 때도 예쁜꼬마선충 이후 더 복잡한 생물을 연구해 보겠다는 계획을 설명했었는데, 실제로 스위스에서는 예쁜꼬마선충보다는 훨씬 복잡한 초파리의 신경계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인간과 더 유사한, 더 복잡한 생물을 다루기보다는 오히려 반대의 방향으로 연구방향을 재정렬하였습니다. 오가노이드 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간 뇌 진화의 기작 등이 활발히 연구가 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그쪽으로 연구를 확장하기보다는, 신경계 진화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알려진 게 별로 없는 ‘신경계의 기원’ 문제를 푸는 데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윈의 <종의 기원>이라는 이름이 드러내듯, 진화생물학자들에게 ‘기원’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신경계의 기원을 풀려면 결국 동물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며, 동물뿐만 아니라 동물의 친척 원생생물들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진화생물학은 한국에서 매우 비주류 분야라서 연구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학자로서 별로 타협하지 않고 호기심을 좇아 나아가는 여정을 이어올 수 있었음에 매우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두 차례 포스코 청암 재단에서 펠로십을 주시며 크게 격려하고 응원해 주시고 지원해 주신 것이 매우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Q.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교수님께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나 원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구에 있어 제가 특별히 추구하는 가치나 원칙이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열린 태도’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 제가 지도하는 제자들도 그렇고 저희들은 연구자로서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자연과 생명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열린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설을 세울 수 있지만, 그 가설에 자연과 생명을 끼워 넣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생명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심오하고 창의적이고 기발한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잘 관찰하고, 편견 없이 연구 결과를 마주할 수 있어야 놀라운 생명의 신비를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자들은 혼자서 연구하지 않습니다. 연구실에서 늘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학계에서도 다른 학자들과 교류합니다. 인간적인 열림은 위에서 말한 학자로서의 열림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특정 현상이나 결과를 다른 동료 연구자들은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고, 내가 잘못 본 것,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알아채고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도 같은 현상을 다른 층위에서 접근할 수 있는 서로 다른 기술과 지식을 갖고 있어서 협업하게 되었을 때 훨씬 크고 깊은 발견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제자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도 이 부분을 매우 강조합니다. 연구자가 되기 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며,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돕고 함께 성장하라고 지도하고 있습니다.

 

열린 태도와 더불어 제가 추구하는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연구는 365일이 기쁘기만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험은 성공할 때보다는 실패할 때가 많고, 내가 세운 가설이 맞을 때보다는 틀린 것으로 판명 날 때가 더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나 많은 보상을 거둘 수 있는 길도 아닙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때까지 오랫동안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 길을 버텨오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연구의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연구는 제가 해 본 어떤 활동 중에서도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활동입니다. 게임을 좋아하던 제가 게임을 완전히 놓게 된 것이 바로 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제가 교류하기를 좋아하는 연구자분들이 대부분 성공이나 성과보다는 이러한 연구의 즐거움에 빠져 있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제자들을 지도할 때도 자신을 괴롭히며 연구성과를 좇기보다는, 연구가 너무 즐거워서 스스로 몰입하게 되길 바라는 편인데, 그런 분위기가 잘 전염(?) 된 것 같아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많이 성찰하고 있는 가치는 ‘축적’입니다. 과학과 연구는 근본적으로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장엄한 우주와 자연, 생명을 들여다보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거인은 바로 ‘축적’된 지적 전통입니다. 이러한 축적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존경스러운 선배 연구자들을 만나거나 발표를 들으면 예전에는 최근 연구 성과에 주목했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연구 성과가 나오게 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그들이 걸었던 담대한 축적의 과정에서 더 큰 감동을 얻는 일이 잦아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적 발전을 잘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무언가를 계속 쌓아나가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는 고민을 요즘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탐색의 과정에서 연구 주제나 방향들을 여러 번 바꾸었지만, 이제는 나무를 키우는 심정으로 제 연구실에서 뿌린 씨앗들을 긴 안목을 가지고 차근차근 쌓아 나가고 있습니다. 끝없이 새로운 키워드들과 거기에 발맞춘 기획 과제, 연구비가 쏟아지는 한국의 연구 풍토가 ‘축적’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지만 저도 제가 존경하는 선배 연구자들처럼 담대하게 그 길을 가보려고 합니다.



 

Q. 교수님께서는 연구 활동 외에도 유튜브 출연, EBS 「취미는 과학」 고정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연구자에게 ‘대중과의 소통’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교수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문과 기질이 굉장히 강한 사람입니다. 국문과 캠퍼스 커플이었던 부모님의 유전자와 가정에서 조성된 환경이 모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을 이과로 진학했지만, 여전히 문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특히 학부 시절에는 서울대학교 학보사인 <대학신문사>에서 2년간 청춘을 갈아(?) 넣었는데, 그 경험이 오늘날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 된 것 같습니다. 학보사 기자 시절 매우 혹독한 훈련을 거치며 글쓰기에 자신이 생겼고, 이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실 사람들과 함께 <벌레의 마음(공저)>를 기획하고 펴내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책을 내기 전 먼저 글을 ‘사이언스온’이라는 매체를 통해 글을 기고하기 시작하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과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었고, 그 인연이 계속 넓어지고 깊어지며 오늘날의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대중과의 소통’이 가지는 의미는 다층적입니다. 대중과의 소통은 사실 과학자로서의 성공이나 출세에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부담이나 손해가 됩니다. 여전히 국내에서는 이러한 활동을 ‘딴짓’으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러나 제가 그러한 부담이나 비난을 감수하고서도 이런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저 또한 과학 소통의 수혜자입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논문을 읽으며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 아닙니다. 저도 과학대중서를 읽고, 과학대중강연을 들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뤘습니다. 그 꿈을 이뤄 행복합니다. 지금의 활동은 과학꿈나무 시절 제가 받았던 것을 대물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연구비로 기초과학 연구를 하는 입장으로서 사람들에게 저희가 하는 연구의 의미나 성과를 소개 드리는 것은 당연한 책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연구를 추동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즐거움’이지만, 제 즐거움만을 위해서 국민들의 세금을 써서는 안되겠지요. 제가 즐겁게 연구한 성과는 인류 지식의 경계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공공의 이익에 기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여는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보편적 기여입니다. 이 기여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민들에게 그 결실이 돌아갑니다. 모든 부국이 기초과학 강국은 아니지만, 기초과학 강국 중에서 부국이 아닌 나라는 없습니다. 고 박태준 청암재단 설립자님께서 생전 펠로십 수여식에서 하신 말씀이 ‘1층 없는 2층 없다’셨습니다. 100층이 넘는 고층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기반이 단단해야 합니다. 요즘 각광받는 중개 연구도 결국 중개의 양 축 중 하나인 기초과학 연구가 탄탄해야 잘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초과학은 농사에 비유하자면 열매를 수확하는 과정이 아니라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바로 경제적 이익 창출에 가까우는 기술, 공학, 의과학 등의 연구와 달리 일반인들이 기초과학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하고 친절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대중 과학 활동을 통해 기초과학의 저변을 넓히고 과학 문화를 확산하는 것은 기초과학 지원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공고히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보통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 주제에 몰두해 있기 마련인데, 대중 과학 활동을 하다 보면 더 크고 넓은 시각에서 내 연구를 바라봐야 할 일이 자주 생기게 되고, 그러면 객관적인 시각에서 내 연구의 맥락을 파악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처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문제나, 혹은 내가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성찰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학문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연구가 되지 않은 분야를 새롭게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미주나 유럽에서는 연구도 잘하지만 대중 과학적으로도 큰 성과를 내신 분들이 적지 않은데,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포스코청암재단이 올해로 5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오랜 기간 재단과 인연을 이어오신연구자의 관점에서, 재단의 지원이 교수님의 연구성과에 어떤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나요?

제가 포스코청암재단에 가지는 마음은 각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포항제철소 근처에서 나고 자라고, 포항 스틸러스 축구팀을 응원하고 집 앞 바닷가에서 늘 포항제철소의 야경을 보며 성장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랬기 때문에 포스코의 창립자이시기도 한 고 박태준 명예회장님께서 창립하신 청암재단의 펠로가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첫 번째 펠로십 수여식에서 제가 포항 출신이라고 설립자님께 말씀드렸더니 너무나 반가워하셨던 기억도 선명하게 납니다. 두 차례 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대학원 생활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고, 신진교수로서 연구실을 꾸려나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의미 있는 연구를 즐겁게 잘하고 있고, 펠로십을 지원받아 수행한 연구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어 실질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또 감사했던 것은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기초과학 연구를 선택한 제 삶에 대해 큰 심리적 지지를 받은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청암재단에 매우 감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매년 포스코사이언스 펠로간 교류회를 지원해 주시는 부분입니다. 매년 뛰어나고 열정적인 선배 연구자분들과 교류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초과학자로서 헤쳐나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 속에 교류회는 즐거운 명절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동시에 연구자로서 저도 계속 잘 성장해 나가야겠다는 자극도 많이 받는 시간이 됩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나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신 비전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에게는 크게 두 가지 중장기 연구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하나는 동물과 동물의 특성(신경계, 개체 노화 등)의 진화적 기원을 밝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위해 귀국 후 제 연구실에서 해파리와 깃편모충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였습니다. 해파리는 청암사이언스펠로십 연구 주제 모델인 깃편모충과 더불어 이 연구 프로그램의 핵심 모델입니다. 우선 해파리는 가장 원시적인 신경계를 가진 동물 중 하나로 어떻게 복잡한 신경계가 진화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생물입니다. 해파리의 신경계를 유전자, 신경회로, 발생의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연구해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연구학기를 나갈 예정인데, 분자생물학 혁명의 성지인 영국 MRC 분자생물학 연구소(Medical Research Council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LMB)에서 신경계의 기원에 대한 연구 방법론을 탐색하고 올 예정이기도 합니다.

 

또 해파리는 흥미로운 노화 연구 모델이기도 합니다. 무성생식하는 폴립 시기에는 영생에 가까운 능력을 보이다가 유성생식하는 메두사 시기에는 우리처럼 노화와 죽음을 보입니다. 재생은 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상인데, 해파리는 재생도 매우 잘 하는 생물로서 이에 대해서도 현재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세포 조상으로부터 우리처럼 다양한 장기를 갖춘 복잡한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무성생식과 재생 능력이며, 그러한 능력의 상실이 우리의 노화와 죽음에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해파리를 이 가설을 테스트하는 매우 중요한 모델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며, 이를 통해 진화적으로 제약된 인간의 특성(장수, 재생)을 획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관점과 기작을 제안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 다른 연구 프로그램은 기후변화생물학 연구 모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기후재앙은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이제 지구가열화가 진행 중이고, 과거의 예측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이러한 재앙에 부분적으로라도 대처할 수 있는 인간과 달리 야생의 생물들은 이러한 급속한 기후변화에 노출되어 멸종을 비롯한 재앙을 맞이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시민의 일원으로서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시작한 연구 프로그램이 바로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진화실험입니다.

 

기초과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직 우리는 다양한 생물 종이 어떻게 서로 다른 온도 조건에 적응해서 사는지, 그리고 급격한 온도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는지, 혹은 대처할 수 없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저는 예쁜꼬마선충을 실험실 조건에서 진화시키는 연구방법론을 통해 이러한 기초과학적 문제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실제로 급격한 온도 상승은 예쁜꼬마선충의 불임을 야기하는데, 실험실에서 고온에서도 불임이 되지 않는 선충을 진화시키는데 최근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실험진화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연구 방법론인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근차근 연구를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