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8 포스코아시아포럼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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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사

 

                                                               Dr. Han Sung-Joo
                                              Professor Emeritus, Korea University

 

 우선, 저는 “아시아의 새로운 가치 탐구”라는 제목 아래 이번 포럼을 개최하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제목 아래서 저는 짧은 축사를 통해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해 답은 아닐지라도 의견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질문 : “가치”란 무엇일까요? 저는 “개인의” 가치와 대조하여 “사회적” 또는 “문화적”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가치”란 전제로서 이러한 전제에 따라 실행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정의를 보다 쉽게 말하면 가치란 행동을 이끄는 믿음의 체계입니다. “아시아 가치”를 이야기할 때 아시아라는 이러한 사회에 속한 사람 중 상당 수가 공유하는 사회적 또는 문화적 가치를 의미할 것입니다. 가치는 연속성, 유일함, 일관성을 의미하는 통일성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새로운 가치”라는 표현은 아시아에서 한 개 이상의 가치 체계가 존재하며 또한 이러한 가치가 변하고 있고 변할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는 다음 일련의 질문을 야기합니다. 아시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리고 아시아 가치와 같은 것들이 존재하는가 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지리적으로 아시아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아시아 지역의 지리적 범위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아시아가 어떤 가치 체계 또는 체계를 가져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기존의 가치 체계를 파악하고 바람직한 일련의 가치 체계를 제안하며 이러한 가치 체계가 도달할 수 있거나 도달해야 하는 지리적 지역이나 사람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포럼의 제목인 “아시아의 새로운 가치 탐구”는 두 번째 질문의 타당성을 잘 보여줍니다. 즉, 아시아에 대해 어떤 가치 체계가 바람직하고 가능할까요? 


지난 100년의 마지막 10년 동안 아시아 가치는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아시아의 급속하고 현저한 경제 성장을 이끄는 힘으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정치가들과 학자들은 여러 목적으로 이러한 개념을 사용하였습니다. 일부는 아시아에 대한 서양의 비난에 대한 대응으로 아시아 가치를 사용하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정치 제도와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개념을 끌어들였습니다. 또 다른 목적으로는 좋은 정부와 사회를 위해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을 서양의 쇠퇴하는 또는 적어도 감소하는 영향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시아와 그 외 지역 일부 학계가 보인 아시아 가치에 대한 관심은 아시아의 빠른 경제 성장 뒤에 있는 힘을 찾으려는 진정한 열망에 의해 고조되었습니다.  


 아시아 가치와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질문으로는 각 국가의 경제 발전에 있어 이러한 가치의 역할이었습니다. 이후, 금융과 경제 위기가 닥쳤고 태국을 기점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싱가포르와 홍콩 같은 다른 경제들이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따라 하려는 경제 성공의 모범 사례를 초기에 보이고 세계 “1위”를 할 것으로 기대했던 일본도 일본만의 경제 문제를 가져온 구조적 결함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0년간 이러한 모든 현상으로 인해 중요한 질문을 제기됩니다. 즉, 당시 이들이 직면한 어려움과 관련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뚜렷한 경제 성공에 기여한 아시아 가치는 얼마나 책임이 있는가 입니다. 서술하고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적어도 아시아 가치는 20세기 말 아시아의 위기 도래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것을 시인해야 합니다. 이는 아시아의 기적이 “아시아 가치” 때문이 아니라는 아시아 가치에 대한 반대 주장의 또 다른 면입니다.


이러한 딜레마에 대해 초기 산업화와 세계화 이전 단계에서 유용했던 아시아 가치가 새로운 상호 의존성과 세계화의 시대에 대한 아시아 국가의 적응에 있어 사실상 방해물이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앞서 산업화와 경제 성장은 가족주의적 국가, 정부 주도, 민간 기업 보호, 공동체적 시각과 관행, 사회 질서, 조화, 규제에 대한 강조 덕분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일반적으로 아시아 가치로 간주했던 것의 특성들입니다. 반면, 새로운 국제화 시대는 무엇보다도 투명성, 책임감, 국제 경쟁력, 보편적 시각과 관행, 민간 분야에서의 추진과 독립성 강조를 요구하였습니다. 이러한 것은 “서양”의 가치와 관련이 있으며, 아시아 가치와 상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덜 강조 되었던 부분입니다. 이에 따라, 경제 성공의 요인으로 보았던 것이 이제는 경제 문제의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우리가 아시아 가치에 더 이상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일까요? 아시아 가치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상관없이 이러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최소 두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기능을 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지금의 적용이 아닌 기본적인 체계에 있어 아시아 국가들의 행동을 이러한 가치가 계속 이끌어 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가치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에서 계속 두드러진 요소가 될 것입니다. 반면, 싱가포르처럼 아시아 가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일부 국가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고통을 덜 겪으면서 새로운 세계화 시대에 적응했습니다. 사실, 싱가포르의 규모와 자국만의 정치 리더십 스타일이 싱가포르의 경제가 영향을 받는 방식에 있어 차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가치에 대한 선택적이고 뛰어난 활용 덕분에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가 아시아 경제 대부분이 경험한 현재의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특히 아시아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가치의 존재를 알 수 있습니다. 아시아 가치라고 부르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가치이며 서양의 가치라고 보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현대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이들간의 차이는 공간적인 것보다 시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시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분명 아시아의 특징이 아닌 것들이 존재한다고 인정하지만 반드시 문화에 종속되기 보다는 시간을 거치면서 습득한 특징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국가들과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가치와 행동의 유형이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아시아라고 정의한 지역 내에서도 변화와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시아 가치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국가는 싱가포르일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가치의 성공적인 실천에 있어 유일한 사례입니다. 아시아 (주로 유교) 가치의 선택적 측면을 의식적으로 강조하고 동시에 초기 산업화와 세계화 이후 시대적 요건에 이를 적응시켜 실천에 옮겼습니다. 따라서 싱가포르는 권위에 대한 복종, 사회적 규율, 정부 리더십, 능력주의, 교육과 가족의 가치에 대한 강조, 분쟁보다는 합의에 대한 강조, 개인보다는 공동체 수용과 같은 일부 유교적 가치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깨끗한 정부, 효율적인 관료정치, 현명한 리더십, 국가적 결속력을 이러한 가치에 추가함으로써 싱가포르는 아시아 가치를 싱가포르 경제 운영에 있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로 만드는데 기여한 요인들로 성공적으로 바꾸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는 사실상 부패가 없는 사회와 친분 관계보다는 능력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드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따라서 지도층이 정의하고 만든 대로 싱가포르에 있어 아시아 가치는 국가 온정주의를 정당화한 유용한 수단일 뿐 아니라 경제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변화하는 세계에 사회가 적응하도록 해 준 수단이 되었습니다. 상당 부분 여전히 과거 지도층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새롭고 젊은 지도자들이 이끄는 싱가포르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할까요?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성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오랜 문화적 역사, 풍부한 지적 유산, 거대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아시아 가치의 요람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의 가치는 다양한 전통, 이데올로기, 현실의 산물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은 여러 문화적/지적 단계, 즉 유교 (그리고 도교와 법률주의), 사회주의자, 그리고 현재는 실용주의(developmental)를 거쳤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과 변화 모두를 경험한 이들 가치가 융합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생각됩니다. 오늘날, 유교, 사회주의, 개발이라는 이러한 3가지 전통은 중국의 행동, 관행, 관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교의 전통은 주로 인간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윗사람과 권위에 대한 복종, 원칙에 대한 준수, 성과 주의. 이러한 사회주의 단계는 중국의 평등주의와 정치 구조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실용적이며 개발에 대한 열망은 주요 목표가 경제적인 성공인 여러 정부 정책과 개인의 행동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시장 경제와 일방적인 정치의 결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어떤 영향을 주면서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요? 


 아시아 경제 성장의 모델인 일본은 아시아 가치의 주요 그리고 초기 수혜자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군부계층이 지배하는 봉건적 사회라는 자국 고유의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다른 국가들보다 경제 발전이 일찍 이루어졌는데 그 이유는 일본의 엘리트 계층이 부유한 국가, 강한 군대라는 매우 실용적인 목표(fukoku gyohei)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주화가 전후 일본에서 가능했던 이유는 외부의 강요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엘리트의 분권화와 순환을 허용했던 봉건적 사회 구조가 포함된 일본 자체의 문화적 유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적대적인 대립보다는 합의를 추구하는 것인 지배적인 행동 방식이라는 점에서 일본은 본질적으로 아시아 사회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성공을 통해 일본이 이룩한 효율성과 철저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부패, 선호주의, 관료주의에 취약하게 만든 아시아 가치의 일부 요소들 - 거의 예외 없이 모든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 은 일본에게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것인지 그리고 극복한다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일본에게 남아있는 큰 과제입니다.  


 한국은 지속적인 경제 성공에 있어 기능적 또는 비기능적인 역할 모두를 하면서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아시아 가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교적” 전통은 교육, 영속적인 세계관, 직업정신, 성과 주의, 정부의 리더 역할을 크게 강조하는 문화와 가치 체계를 제공하였습니다. 나아가, 한국전 이후 수십 년에 걸친 중대한 안보 상황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갖고 있는 군문화가 한국의 경제와 정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군문화는 지도층과 일반 대중 모두에게 조직적인 노하우를 높이고 인구 상당 수를 과거 전통적인 방식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였으며 다양한 형태의 기술을 획득하고 집단적인 규율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서 크게 기여를 한 요소들입니다.  


그러나 전통 문화와 군문화의 결합으로 인해 인간 관계에 대한 지나친 의존, 가족형 기업 체계, 정부와 기업의 결탁, 투명성 부족, 사업 구조의 합리화 실패, 지나친 관료주의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은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 부패, 경쟁을 희생시키는 독과점, 구조와 관행과 정책을 세계 시장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세계화 실패에 일조를 했습니다. 한국의 문제에 대한 뚜렷한 예가 재벌입니다. 처음에는 일본의 zaibatsu의 모방을 촉진하고 장려하여 거대한 기업과 관련 집단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처리하고 기술 연구와 개발에 투자하며 다른 거대 기업들과 경쟁할 수 하는 규모적인 부분의 혜택은 누가 뭐래도 한국의 경제 성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 이들은 지나친 확장, 정부와의 결탁, 무책임하고 과도한 차입, 가족 운영의 사업 관행은 사업 투명성과 효율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경쟁을 약화시켜 현재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싱가포르와는 달리 한국에서 아시아 가치는 경제 개발 초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 만큼 이후에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결론은 우리가 아시아 가치라고 주장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지역간 그리고 지역 내 있는 국가간에 차이는 있습니다. 아시아 가치의 역할은 그 특성에 있어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가치 체계는 정치 지도자, 정부, 심지어는 비정부 단체에서 만들어 장려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아시아 가치가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는 해당 국가가 어떤 발전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또한 이러한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고 결합하는지 그리고 소위 아시아 가치를 포함하는 더 큰 규모 에서 다양한 가치들 간의 역학에 달려 있습니다. 국제적인 상황도 중요합니다.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자본 제한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된 상황에서 아시아 가치는 투명성, 책임성, 무한 경쟁의 새로운 요건에 적응하지 못하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시아 가치가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각 사회와 정부가 이러한 가치를 직면한 도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도전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아시아의 새로운 가치”가 필요할까요? 이러한 가치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가치들이 나타나도록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할까요?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난 10년간의 위기를 극복한 후,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오늘날 심각한 경제 문제에 대비하고 있으며 시기적으로 “아시아에서 새로운 가치”에 대한 프로젝트의 타이밍은 지금이 가장 좋습니다. 과거 10년 동안, 우리는 IMF의 “워싱턴 합의”와 무역, 투자, 자원 환경 문제의 세계화와 더불어 서양 가치가 “되돌아오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중국과 인도 같은 거대한 아시아 국가의 상당한 그리고 빠른 양자적 발전과 부상을 목격하였습니다. 이들의 부상과 아시아 가치, 역할, 발전, 창출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는 무엇은 만들게 될까요? 이러한 것들은 포스코청암재단이 그 동안 꾸준히 살펴본 주제입니다. 이번 포럼과 앞서 과거 그리고 향후의 학술적 연구는 재단의 선견지명과 필요한 안내와 지원을 통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이것은 아시아의 미래와 번영에 큰 영향을 주게 될 프로젝트입니다. 다시 한번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며 프로젝트와 특히 이번 포럼의 성공의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